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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소소한 일상

판교에서 만나는 냉동 삼겹살 "꼬기식당"

요즘 레트로가 유행입니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회상, 회고,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 이라고 합니다. 노래, 춤, 영화, 게임 등 문화 전반적으로 복고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음식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먹었던 삼겹살도 레트로 열풍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두툼하게 먹기 좋은 프리미엄 생삼겹살 속에서 "냉동 삼겹살"이 다시 유행을 타고 있는 것이죠.

마침 판교 테크노벨리에도 냉동 삼겹살 식당이 생겼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습니다. "꼬기식당" 입니다.

 

꼬기식당

 

판교 유스페이스몰 1동 2층 야외쪽에 있습니다.

판교 테크노벨리는 높은 임대료 탓인지 상가들의 개점, 폐점 주기가 매우 빠릅니다. 이 꼬기식당도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식당입니다. 참고로 이 위치는 전에도 고깃집이었는데요. 거기 매운 갈비찜이 진짜 맛있었는데 폐점하는 바람에 매우 아쉬웠습니다.

정겨운 그시절 추억의 맛.

가게 이름이 매우 귀엽습니다. 

8,000원의 행복.

시중 생삼겹이 14,000원 ~ 16,000원 선 인데 반해 이 냉삼은 8,000원 입니다.

 

총평

  • 냉동 삼겹살로서의 아주 충실한 맛을 느낄 수 있음. 맛있음.
  • 파채에 뿌려진 소스도 정겨움 그 자체.
  • 테이블에 후추통이 있으니 기호에 맞게 뿌려먹을 수 있다.
  • 가격은 싸지만 냉삼 특성상 그만큼 더 많이 시켜먹기 때문에 마냥 싼것만은 아님.
  • 불판탓인진 모르겠으나 고기가 너무 뜨거워서 먹기가 어려웠음.
  • 김치가 맛이... 많이 아쉬움.
  • 파채를 좀 더 bowl 스런 곳에 담아줬음 좋겠음. 비비다가 다 떨어짐.
  • 볶음밥이 너무 인위적인 맛이 많이 나서 별로였음.
  • 냉삼집 컨셉인진 모르겠으나 가게 선곡이 좋았음 (90년대 중 후반 ~ 00년대 중반 히트곡 위주)

뜬금없게도 가게에서 나오던 음악이 좋았습니다. 날개잃은 천사, 커플, 심장이 없어,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BK Love 등 90년대 중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인기곡들 위주의 선곡이었습니다. 복고 음식이기 때문에 이렇게 선곡 한 것 같습니다.

냉동 삼겹살.

어렸을 때 자주 보던 그 종이짝 같은 삼겹살의 모습입니다. 정말 정겹습니다. 저걸 구우면 어떤 맛, 어떤 향이 날지 뻔히 알기 때문에 더 군침돌았습니다.

굽기.

정말 딱 예상되는 그런 맛입니다. 약간 가벼우면서도 쉽게 씹히는 바로 그 냉동 삼겹살 맛입니다. 그 정겨운 맛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한 번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른쪽에 후추통 보이시나요? 다른 고깃집이 생고기에 후추가 뿌려져 나오는 것과 달리 여긴 후추통이 테이블마다 비치되어있습니다. 따라서 기호에 맞게 뿌려먹으면 되겠습니다.

근데 이게 기분탓인지 진짜인진 모르겠으나, 고기가 너무 뜨겁더군요. 당연히 불판에 구웠으니 그렇겠지라고 어이없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진짜 너무 뜨거워서 입천장 다 까질뻔했습니다. 이게 불판 특성인건지 냉삼 특성인건지 잘 모르겠네요. 

찬.

기름장, 마늘, 쌈장, 쌈채소 등이 나옵니다.

파채.

파채 소스가 정말 정겹습니다. 누구나 익히 아는 그 빨간 케첩통 같은 곳에서 짜먹는 그 소스 맛입니다. (물론 소스는 뿌려져셔 나옵니다.)

다만, 저걸 좀 더 큰 그릇에 줬으면 좋겠습니다. 저 접시에서 비비려니 밖으로 다 떨어져 버려서 매우 번거로웠습니다.

배추김치.

김치가 굉장히 맛있어 보입니다만 생각보다 별로였습니다. 구웠을때 좀 더 익은 김치 맛이 나야하는데, 저 자체가 너무 안익은 김치여서 그런지 익혀도 그 맛이 잘 안나더군요. 개인적으로 쌈 대신 구운 김치에 먹는 것을 선호하기때문에 이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호일 위의 볶음밥.

볶음밥을 직접 불판에서 볶는 구조가 아니라 호일에 쌓인 상태로 나옵니다.

근데 이게 맛이 참.. 애매합니다. 고춧가루가 많을 때 느껴지는 그 목의 칼칼함이 너무 쌔게 느껴지고요. 혀끝에서 조미료같은 맛도 느껴집니다. 게다가 위에 언급했듯이 김치 맛도 아쉬웠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언벨런스 한 맛이었습니다. 볶음밥이라기 보단 마치 라면스프와 김치랑 밥을 비빈것 같이 오묘하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스러웠으나 아직 개업 초기이니 앞으론 좀 더 맛있어 질 거라 생각됩니다.

아래는 메뉴판입니다. 방문에 참고해주세요.

 

마치며

"그리운 건 그대일까? 그 때 일까?"

딱 위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어린시절 엄마가 시장 정육점에서 사오셨던 그 냉동 삼겹살, 거실바닥에 신문지를 넓게 펼치고 버너위에 구워먹었던 냉동 삼겹살, 그 맛이 안납니다. 과연 제가 그리웠던건 그대(냉동 삼겹살)일까요? 아니면 그 때(어린시절)일까요?

물론, 이 식당의 냉동 삼겹살 맛이 별로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맛있었습니다. 김치와 볶음밥이 조금 아쉽긴 했으나 고기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판교에서 냉동 삼겹살을 찾는 다면 한 번 쯤 가볼만한 식당입니다.

꼬기식당 재방문 의사 있습니다. (아주 가끔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