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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소소한 일상

세종시 초정 약수터 이야기 + 물 맛

이 카테고리에 판교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썼었습니다. 왜냐면 판교에 살고, 판교에서 일하고, 판교에서 놀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 원래 고향은 세종특별자치시 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충청남도 연기군이었습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행정 수도 이전 이 추진됐지만 결국 무산되었고, 대신 행정 복합 도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얘기 하려는 것은 그 세종시 정부청사 부지 근처에 있는 한 약수터 입니다.

 

초정 약수터

이 약수터에서는 천연 탄산수가 나옵니다. 저희 집에서는 제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현재까지 먹고있으니, 약 20년 넘도록 마시고 있습니다.

 

(이런 곳이야 말로 진정 w3w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주소는 세종시 금남면 대박리입니다. 예전에는 충쳥남도 연기군 금남면 대박리 였던것 같습니다.

카카오맵 로드뷰에 남겨진 2013년의 흔적.

사진만 봐도 시골임이 느껴지지 않나요? 게다가 저긴 산 속입니다. 골목길을 타고 산 속으로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면 외딴 집에 쓸쓸해 보이는 백구 한마리도 보이고요. 백구를 지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더 올라가면 나타납니다.

원래 저 곳은 초정 약수터와 함께 초정 약수로 요리한 닭 백숙, 옻 닭, 옻 오리를 팔던 곳 이었습니다.

불타 버린 식당.

하지만 안타깝게도 몇 년 전 그 식당이 화재로 소실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약수터만 운영 중 입니다. 참고로 더 안타까운 것은 세종시가 되면서 이 마을이 개발 제한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재건도 어렵다고 하네요. (아버지 발 뇌피셜) 

마치 HWP로 작업한 것 같은 정감가는 안내문.

초록색 돈 통에 붙어있는 하얀 색 스위치가 보이시나요? 저 스위치를 누르면 반대쪽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콸 나옵니다.

특이한 점은, 저 주위에 아무도 없습니다. 양심적으로 돈을 넣고 가야합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항상 저랬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 돈은 물 값은 아니고요. 물을 퍼 올리는 데 쓰이는 펌프 가동의 전기세로 쓰입니다. (역시 아버지 발 뇌피셜)

물 뜨느라 정신 없어서 나오는 장면을 못찍었다.

정말 물이 콸콸콸 나옵니다. 그 콸콸콸 나오는 물이 탄산수 입니다. 탄산수를 마시면 오리 궁뎅이가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으신가요? 그래서 저의.. (후략)

제가 고향을 떠나면서 가장 생각나던게 바로 이 초정 약수 입니다. 정말 물먹듯 먹은 물이니까요.

 

초정 약수의 맛

이게 참.. 맛을 표현하기가 애매합니다. 페리에 같은 탄산수와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중에 PT병으로 판매되는 초정 약수와는 또 다릅니다.

탄산이 가득.

물을 조금만 컵에 담아도 기포가 맺힙니다. 청량감이 느껴집니다.

페리에 등과 같은 시중 탄산수들과 다른점이라면, 일단 인위적인 과일향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향은 아닙니다. 뭔가 시원한 향이 나는데 이건 말로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굉장히 맛있는 향과 맛이 납니다. 표현을 못하겠어요..

그리고 청량감이 차이가 있는데요. 시중 탄산수는 "폭폭폴폭 포폭포고폴고폭" 이렇게 큰 탄산이 목구멍을 긁고 지나가는 청량감이라면, 이건 "뽀보보보보보보보복" 이렇게 작은 탄산 알갱이들이 혀만 간지럽힙니다. 마치 잘 익은 배추김치의 톡 쏘는 맛 같달까요? 목구멍을 괴롭히진 않습니다.

 

마치며

제가 저 물을 떠서 판교에 가져온 후 지인에게 권해봤는데요. 이게 대체 무슨 맛이냐며 거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생수 대용으로 먹기에는 거부감이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음료 대용으로 가끔씩 먹기는 시중 탄산수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표현할 방법을 못찾겠네요. 참고로 이 물로 백숙을 끓이면 엄청난 맛이 납니다.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은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라면 끓이기엔 별로입니다. 제가 해봤거든요.)